연시 추천영화 (2016년 10월)

10월입니다. 제가 사는 서문 골목 가로등에 눈발이 흩날리던 장면이 마치 영화나 꿈 속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로 덥고, 길고, 또 덥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간 게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가을 냄새를 한껏 들이쉬며 옷장 깊숙이 잠들어 있던 옷들을 꺼내봅니다. 시월, 가을, 낙엽, 쓸쓸함, 그리고 고독…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좀 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만일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이 자기를 알리려고 하는 범위 내에서이다.”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고독의 발명>이라는 책에서 쓴 말입니다. 다들 가까운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가족, 친구, 연인, 선후배 등등.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백분의 일? 천분의 일?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 걸까요?

자신을 열고 싶지만 열고 싶지 않은 것. 벽을 쌓지만 누군가 벽 위로 고개를 내밀기를 기다리는 마음.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보여주고 싶지만, 또 내심 그것보다 더 봐줬으면 하는 바람들. 사람은 이렇게 모순적인 존재인가 봅니다.

연시의 사람들은 나를 보여주는 방법,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서로를 알아가려 하되 침범하지 않는 사람들. 제가 연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달 추천작에는 유난히 사랑에 대한 영화가 많은 게 눈에 띕니다. 고전 중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다룬 <환상의 그대>, 좀 더 솔직했더라면 훨씬 덜 상처받았을 사람들을 다루는 <냉정과 열정 사이>, 독특한 화법이 눈에 띄는 <펀치 드렁크 러브>, 풋풋한 그 시절의 감성을 담은 <미술관 옆 동물원>이 있습니다. 광기어린 문학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킬 유어 달링>, 최근 나온 스릴러 중 수작으로 꼽히는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박찬욱 감독의 과감한 상상력과 시도가 돋보이는 <박쥐>도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곧 고독과 닮은 계절이 다가옵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하겠죠. 여러분은 타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어떤 가정도 하고 싶지 않다.”

폴 오스터가 저 문단의 마지막에 덧붙인 말입니다.

- 김상수 (연시 9기/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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