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센터] 10월 정기영화 상영

무거웠습니다.

밤보다도 더 긴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뚫어져라 아침의 눈깔을 받는 머리의 무게.

 

무겁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사람이 살해당하지 않기를.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신문을 넘기면서 하는 생각입니다.

 

무거울 겁니다.

콧숨 서느런 계절이네요. 2016년의 기승전결 중 결을 여는 10월입니다.

봄에 하려 했던 일들. 여름에 해야 했던 일들. 방학에 하리라 맘 먹었던 일들.

깔끔하지 못하게 쌓여 있다는 걸 인정하는 달입니다.

 

둘러보면 모두가 가벼운 것만 찾습니다.

네이버에 ‘가벼운’을 쓰면 연관 검색어는 사람들의 소망으로 넘쳐납니다.

‘가벼운 영화, 가벼운 백팩, 가벼운 보조배터리 추천해주세요’

노트북이 처음으로 kg이 아닌 ‘그램’으로 수렴하자 열광하던 사람들.

쓸데 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이를 ‘진지충’이라 조소하는 사람들.

 

네, 시간은 종으로 쌓이고 삶은 횡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무거움에 눌려 죽을까봐 제각기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싶어서 애를 씁니다.

혹자는 운동을 하고 혹자는 로코코주의를 신봉하고 혹자는 술로, 혹자는 육두문자로,

기하급수적으로 육중해지는 인생의 무게에서 벗어나려고 하죠.

<다크나이트> 조커의 말이 떠오릅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되뇌어봅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옆 사람한테 하는 핀잔이 아니구요. 저 자신한테 싸가지 없이 묻는 질문입니다.

- 왜 그렇게 노파심이 많아? 왜 자책해? 왜 그렇게 감당을 못 해?

‘무게충!’

 

연시에서 <내겐 한없이 가벼운 영화> 기획전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발제글을 쓰겠다고 자원한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원래 가벼움을 자처하는 사람이었었거든요.

10월 1일 (글을 쓰고 있는 오늘입니다)이 제가 입사한 지 딱 1년 째 되는 날인데요,

제기 (감탄사입니다) 지난 1년이 얼마나 밀도가 높았는지요.

가벼운 영화들이 과연 나를 가볍게 되돌려 놓을 수 있을 지 어디 한 번.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롤러코스터>, <더 행오버> 를 내리 쭉 봤습니다.

나이를 조금 먹고 나니 영화를 본다고 인생이 전환점을 맞이하진 않습니다.

<해리포터>를 보고 투명망토를 고안하고 호그와트 비밀지도를 그리던

어릴 적처럼은 아무래도 되지 않습니다. ^^;

 

그래도요,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는 인생도 인생이라는

얼기설기 급하고 정신없는 영화도 영화라는

죽기살기로 술을 퍼마셔대도 죽지 않는다는

1mg의 실소 정도는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1mg을 내뱉고 나면 100g, 10kg을 뱉어버리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어요.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잖아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을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한 번만 더 되뇌입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이번엔 저한테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무게충’한테요.

그냥 살래요. 좀 안 멋있고 좀 허접하면 어떤가요. 영화도 사람도요.

 

 - 박지우 (연기 7기/행정학과)

 201610 screen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HTML tags are not allow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