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시나요?

우리 학교 학술정보원에는 ‘조용선 전시실’이라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이곳은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사전에 예약하기만 한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이 전시실은 각종 동아리들이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보여주거나 생활과학대학 의류환경학과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 또 학교 차원에서 윤동주 선배님의 유작 전시회를 하거나 이벤트를 여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전시실이 있음으로 인해 연세대학교 도서관은 책 읽고 공부만 하는 전통적인 모습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그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 부분만큼은 가히 전국 대학교 중 제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 도서관을 오가며 여러 전시회들을 봐왔지만 이번에는 후기를 쓰기 위해 직접 사진도 찍고 더 세밀하게 관람하였다.

 

1. 화우회 “춘계미전”(05.18 ~ 05.22)

화우회는 뒤에 설명할 서우회와 함께 내가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가장 들어가고 싶었던 중앙동아리 중 하나였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들로 가입하지 못하였고, 또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마 졸업할 때까지 나는 그저 관람객의 신분에 불과하겠지만, 이렇게 전시회를 통해서나마 이들의 활동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학교는 미술대학이 없지만 화우회에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매년 쏟아내기에 이들이 바로 비공식 연세대학교 미대 학생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별 작품들은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지 못하였기에 촬영하지 않고 밖에서 전시실 내부만을 촬영하였지만, 전시실 입구에서부터 벌써 각각의 작품들이 개성이 넘쳐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작품들 중에는 내 취향과 꼭 맞아서 따로 그림을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약 4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전시회들을 봐왔지만, 그 중에서도 화우회 전시회는 꼭 빼놓지 않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같은 학생들이 그렸다고는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수준 높은 그림실력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2015년 춘계미전은 이미 끝이 났지만, 다음 학기나 내년에 있을 화우회의 정규 전시회를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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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문헌 전시회 “서적의 유물과 방각본” (03.01 ~ 05.29)

내가 공부하러 자주 가는 중앙도서관 5층 대학원 열람실 맞은편에는 ‘국학자료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바깥에서만 봤을 때에는 유리 진열대가 전시회를 위해 고문헌들을 전시해놓은 것인지, 아니면 마치 박물관에서 장서를 소장하는 것과 같이 그저 평상시에 책을 보관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학 생활 4년 만에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국학자료실의 전시회에 가보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농가집성, 구황촬요, 대명율시, 증산염락풍아, 효경대의, 공자통기, 신간소왕사기, 표제구해공자가어, 사문유취초, 사요취선, 상설고문진보대전, 태인현삼강록 등 총 12권의 고서들이 전시되었다. 그 중 구황촬요는 유일하게 언문, 즉 한글로 적혀있었는데 이것은 한문으로 적힌 내용을 일반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일종의 주석을 달아 설명한 것이라고 한다. 또 신간소왕사기는 공자의 초상화를 같이 그려놓았는데 이것은 마치 오늘날 책의 삽화 같아서 새삼 신기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태인현삼강록은 태인 무성서원에 대한 책인데 여기서 말하는 태인현이 내 고향인 정읍시 태인면을 말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사실 우리가 유명한 서양화가나 사진작가의 전시회에는 돈을 내고라도 보러 가지만 우리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런 전시회에는 잘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교양으로 <한국미술사>라는 수업을 2번이나 들어서 간송미술관 전시회를 2번이나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고문헌 전시회를 통해 그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문화보국, 즉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담겨 있는 문화재를 보존하여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 하에 자신의 사유재산을 털어 우리 문화재의 외국으로의 반출을 막았던 분이다. 서양문화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이라도 우리 고유의 것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중앙도서관 5층 국학자료실에서는 거의 한 학기 내내 상시전시를 하니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가까이에서 우리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지칠 때 잠깐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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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우회 “임서전” (05.26 ~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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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정말 정갈하고 예뻐서 감히 사진을 찍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깔끔한 한자를 쓸 수 있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연습의 시간이 필요할까? 성미가 급한 나는 아마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면 덜덜 떠는 손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도… 바로 이 작품들이 고대 한자로 이루어진 작품들. 어떤 글자는 꼭 오리 내지 연못에 둥둥 떠 있는 백조를 연상케 한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서우회는 내가 가입하고 싶었던 중앙동아리 중 하나였다. 어려서부터 성미가 급하다고 주위 어른들께 많은 핀잔을 들었던 나는 급한 심성을 고치면서도 나의 예술혼을 불태울 방법으로 서예를 정식으로 배워보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앞에서와 같은 이유로 딱히 동아리를 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야속하게 시간만 흘러 벌써 4학년이 되고 말았다. 혹시 나와 같은 이유로 성격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학우가 있다면 단연코 서우회를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다. 임서전이 유난히 눈에 띄었던 점은 이번 출품자들 중에 외국인 학생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일본인 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양에서 온 학생들이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들이 출품한 작품은 현재 정착된 한자로 된 것들이 아니라 상형문자로서 그림에 가까운 고대 한자로 된 작품을 출품하였다. (물론 이들을 놀리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번 학술정보원 5월의 전시회 중 사실 서우회의 임서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의 특성을 살린 방명록 때문이다. 서예를 연마하는 동아리인 만큼 전시회 방명록을 붓과 먹을 이용해 남기는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비록 동아리원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데스크를 보는 학우가 방명록을 써달라고 하기에 의기양양하게 붓을 집어 들었으나 첫 글씨를 쓰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왜 일찍이 서우회에 가입하지 않았을까?”하는 탄식과 함께 간단한 방명록을 남기고 잰걸음으로 전시회를 빠져나왔다. 앞으로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는 동아리나 학생들이 있다면 임서전을 참고하여 그 동아리만의 특색이 묻어날 수 있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효과적인 홍보나 학생들의 이목을 끌만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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