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함께 떠나는 인천

“집이 인천이라고? 그럼 집에서 바다 보여?”

인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바다가 아닌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고, 배 타러 가는 시간보다 서울역에 KTX 타러 가는 시간이 훨씬 짧다는 걸 한참 설명하고 나면, 납득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묻곤 합니다. “그래도 회는 매일 먹겠지?”

이 지긋지긋한 질문에 익숙해질 만할 때쯤 이 곳 국제캠퍼스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어, 이제는 먼저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바다 보인다고. 비록 매일같이 트럭이 오가는, 낭만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삭막한 바다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인천은 바다와 항구의 이미지가 강하면서도 신도시의 모습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인천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몇 편을 소개해 드리며, 인천으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함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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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한 중국 여인 파이란(장백지). 의지할 곳도 정을 붙일 곳도 없는 파이란은 위장 결혼해 서류상의 남편일 뿐인 강재(최민식)를 마음에 품게 됩니다. 하지만 강재는 인천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3류 양아치일 뿐이죠. 파이란의 닿을 수 없는 사랑과 강재의 비루한 현실은 인천항과 차이나타운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층 음울함을 더합니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곳은 아마 인천항과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한 중구일 겁니다. 앞에 언급한 <파이란>을 포함해 <신세계>, <황해>, <고양이를 부탁해>, <북경반점>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곳은 130여 년 전 조선이 개항하며 가장 먼저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곳입니다. 개항 당시 인천으로 들어온 각국의 문화와 건축물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이주해온 중국인 노동자들이 춘장에 국수를 비벼 끼니를 해결하던 차이나타운 등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인천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합니다. 이 곳의 관광 코스를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면, 먼저 인천역 건너편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백년짜장과 꿔바로우로 식사를 합니다. 혹시 줄이 길어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면 그 사이 공갈빵이나 화덕만두를 맛보는 것도 좋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주위 개화장거리나 삼국지 벽화 거리 등을 구경한 후 자유공원으로 향합니다.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데요. 인천상륙작전의 맥아더장군 동상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금 더 넘어가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들을 만날 수가 있는데,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 후 언덕을 내려가면 바로 동인천이 나옵니다. 동인천은 1970-80년대 인천의 청춘남녀들이 모여들던 번화가였는데요. 저희 부모님도 이 곳에서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 역사만큼이나 유명한 곳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데요. 신포시장의 신포닭강정이나 신포만두를 비롯,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이나 120년 가까이 된 애관극장 등은 인천의 명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월미도를 시작으로 해서 인천항을 거쳐 연안부두어시장으로 향하는 두번째 코스도 있습니다. 월미도는 <고양이를 부탁해>의 주인공들이 놀던 곳이기도 한데요. 월미도 월미테마파크에서 바이킹과 디스코팡팡에 몸을 싣고 신나게 논 후 연안부두어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회 한 접시 먹는 것이야말로 인천 여행의 진정한 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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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전지현)는 결국 앞에 앉은 아저씨의 머리에 모든 걸 게워냅니다. 그리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견우(차태현)을 바라보며 “자기야~”란 말을 남긴 채 정신을 잃습니다. 그런 그녀를 결국 등에 업고 내린 견우. 그렇게 <엽기적인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 곳은 바로 부평역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동인천이 과거 인천의 중심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부평이 한가운데 서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호선과 인천지하철이 만나는 지점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부평지하상가에 가보지 않고선 인천을 구경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란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물론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이 곳은 처음에 방공호 용도로 만들어졌는데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된 후 국내 최대의 지하상가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지상으로 나오면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많은 상점들이 즐비해있고 주말이면 많은 공연과 볼거리가 펼쳐집니다. 또한 밤이 되면 뒷골목을 중심으로 유흥의 세계가 열리는데, 신촌이나 홍대 못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답니다.

부평역에서 35번 버스를 타고 가면 닿는 십정동. 여기는 조선인민공화국 최고의 혁명전사가 간첩이 되어 내려왔지만 계단에서 구르고 꼬마들에게 얻어맞는 동네 바보가 사는 마을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주인공 동구(김수현)가 초록색 추리닝을 입은 채 뛰어다니는, 조금 허름하지만 예쁜 달동네를 기억하시나요. 재개발을 앞두고 삭막해진 마을에 한 공공미술가가 벽화를 그리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열우물길 벽화마을’인데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느꼈던 사람냄새 물씬 나는 분위기를 직접 만나보실 수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동구가 살고 일했던 슈퍼는 영화 제작이 끝난 후 바로 철거가 되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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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추격신, 뉴욕과 홍콩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도심, 미래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건축물… 이전까지의 촬영지가 주로 낙후되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이 곳은 초현대적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죠. 바로 송도신도시입니다. 영화 <캐치미>와 <창수>, <김종욱찾기> 등은 물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나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특히 요즘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로 인해 송도 구석구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닷물을 이용한 인공수로에 수상스키와 보트가 내달리는 센트럴파크나 중앙에 흐르는 수로 곁으로 카페와 상가가 형성된 커낼 워크는 물론이고,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찾는다는 송도의 야경은 국제신도시로서의 매력을 마음껏 내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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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송도신도시와 함께 국제적인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는 인천국제공항(<오싹한 연애>, <쩨쩨한 로맨스> 등)과 조용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인천 인근에 위치한 섬들(<연애소설>의 덕적도와 소야도, <시월>와 <취화선>의 석모도, <패밀리>의 승봉도 등) 또한 영화의 단골 촬영지이자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명소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기말고사도 코 앞에 다가왔지만, 주말을 이용해 인천의 명소들을 한번쯤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곳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1년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생활하는 학생 여러분에게 인천이라는 도시가 조금이나마 가까워졌으면 합니다. “인천에 있었다고? 그럼 바다 봤어? 회는?” 하며 질문할 미래의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면서 말이죠.

- 장효은 (UML디지털미디어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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