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 관한 진지하고 뜨거웠던 2시간 : 제1회 UML 저자와의 만남, 김중혁 작가 강연 후기

#1. 고백하자면, 김중혁작가의 섭외는 저의 사심에서 비롯됐습니다.

UML에서의 첫 작가와의 만남입니다. 그간 열린 신촌 학술정보원의 독서토론 분위기를 따르되 뭔가 특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외진 위치상 누군가를 모시기도 조심스러웠고, 국제캠퍼스 구성원의 대다수가 신입생인지라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춰야 했습니다. 그래서 섭외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면서도 다양한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작가를 찾아 나섰고, 최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라는 신작을 발표하고 팟캐스트 빨간책방으로 인기몰이 중인 김중혁작가가 최적의 인물이라고 여겼습니다, 오랜 팬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안한 마음을 상쇄시키기 위해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포스터에 공을 들이고 교내 곳곳에 부착하여 김중혁작가나 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김중혁작가의 얼굴을 알리고 행사가 열린 국제회의실을 꽉 채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포스터와 배너에 실린 사진 때문에 놀라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는 질책은 한참을 들어야 했습니다. 놀라신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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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일 가까이에 있는 책의 35페이지 첫 문장이 당신의 연애운입니다”

재미로 하는 운세놀이처럼 강연 타이틀도 운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김중혁작가의 작품 중 한 권을 집어 들고 54페이지 첫 문장을 타이틀로 정하자, 해서 펼친 책이 『뭐라도 되겠지』, 첫 문장이 바로 “상상력,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상상력과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주제를 전달받고 타이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책을 펼쳐본 것은 진짭니다. 우연히 펼친 페이지의 소제목을 보고, 작가와 협의 후 행사의 타이틀로 결정했습니다.

 #3. 이번 작품에서는 상실감이 너무 크게 묻어나네요. 중반부터 울면서 읽으라 힘들었어요

강연 수락을 받던 첫 통화에서, 새 작품에 대한 감상을 묻는 작가님께 저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중혁작가는 당황하며,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절대 슬픈 소설이 아니라고 합니다.

작가는 머릿속에 떠도는 영상을 모아서 가상의 세계로 재조립해 평면에 펼쳐 놓습니다. 그것들을 고쳐 소설로 만들어 내면, 소설을 읽는 독자는 각자 나름의 영상을 구성해냅니다. 독자의 경험에 의해 수많은 것들이 얽힌 새로운 영상이죠. 그렇기에 작가의 영상과 독자의 영상은 절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김중혁작가는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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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 루저입니다.

강연은 고등학교 입시 실패에 대한 고해성사로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인생에서 낙오한 루저라 여기던 그 시기, 김중혁 작가는 바로 그 때 ‘상상력’이라는 것을 처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중혁작가의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신체의 일부가 사라져도 뇌는 그 부분을 기억하고 있어서 환지통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통증입니다. 이것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거울상자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울상자를 통해 손을 펴는 상상을 하는 것, 그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소설도 심오한 거울상자의 효과를 보여준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소설을 통해서 인생의 감화를 얻고 경로를 수정하여 꿈을 찾는 것입니다.

 작가는 현재 15분의 시간을 살고, 15분을 네 번 살아 1시간, 1시간을 24번 살아 하루가 지나는 삶을 산다고 합니다.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는 소설, SF소설 등 소설엔 각각의 시간감각이 있습니다. 소설은 일반적인 시간감각을 거스릅니다. 소설을 읽고 소설가의 시간감각을 배움으로써 더 많은 시간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닌 조깅입니다. 출발점이 똑같은 마라톤이 아닌, 각자의 지점에서 각자의 속도로 뛰는 게 인생입니다. 조깅하듯 자기 페이스로 달려나가다 보면 좀 더 여유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속도를 찾는 건 소설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작가는 조언합니다. 시간이 무한정 확장되고 길어지고 넓어지는 것 같은 순간을 많이 경험하면, 자기 페이스를 찾는 데 유리해집니다. 상상력은 바로,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5.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김중혁작가님과 결혼할래요.

“한때 제 블로그 유입검색어 1위가 ‘김중혁 결혼’이었을 정도로 사생활을 알고 싶고 털고 싶은 작가입니다”라는 말로 작가를 소개하며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질의응답의 첫 질문으로 “결혼하셨어요?”가 나왔습니다. 물론 제가 블로그에 쓴 사심 가득한 저 문장과는 전혀 다른 의도였지만 말입니다. 청중들의 다양한 질문과 작가님의 대답을 간략하게 전달해드립니다.

 Q1. 결혼 하셨어요? 소설 읽으면서 결혼 안 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A. 제가 쓴 소설엔 결혼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보통 소설가의 생활이 소설로 드러나지 않는가 생각하는데 전 잘 쓸 수 있는 것보다 관심 있는 것을 쓰는 게 더 재밌습니다. 만약 사랑소설을 쓴다면 대하소설을 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기 이전 시점의 남자의 삶 다섯 권, 여자의 삶 다섯 권을 쓰고 마지막에 겨우 만나 연애를 잠깐 하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사랑이라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고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일이라 쉽게 사랑을 하는 소설을 쓰고 싶진 않습니다.

Q2. 『펭귄뉴스』의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 나오는 나무조각지도처럼 재미있고 신선한 소재들은 어디서 찾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예전부터 소설을 쓰면 허구의 것을 많이 가지고 오는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 나오는 ‘해수면 오차 측정과 침수 지역 예상 및 지도 제작 전문 연구소’는 만든 거지만 나무조각지도는 실재하는 것입니다. 어떤 소재를 보는 순간 소설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소재를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제 감이 옵니다. 이렇게 찾은 소재들은 에버노트의 수많은 폴더에 정리를 해둡니다. 인생의 에버노트화죠.

Q3. 작가님이 말씀하신 상상력이나 공감의 대상은 고통이나 슬픔 괴로움에 기반한 것 같은데, 즐겁고 행복한 감정도 공감의 대상이 될 수 있나요

A. 제 소설은 대부분 즐거움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은 시간감각인데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 제 시간감각이 가장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큰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주인공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치고받고 싸우는지 농담을 하는지가 나뉠 텐데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또한 두 개의 세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도식적인 폭력의 세계와 여유 있는 동네 사람의 세계로요. 저는 동네 사람들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농담을 할 수 있는 세계관을 흠모하고 그런 세계관을 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Q4. 전작에서는 성적묘사가 없었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자극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굳이 이제 와서 (이러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소설마다 티격태격하는 두 인물이 많이 나오는데 인물간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A. 소설 중간에 포르노의 세계가 잠깐 나옵니다. 최근에 몸에 관심이 많은데, 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포르노입니다. 한국에서 자본을 쌓는 큰 과정이 재개발과 포르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에서 가장 큰 그림은 원래 재개발과 포르노였는데, 중간에 약간 틀어지긴 했습니다만 빼고 싶진 않았습니다. 다음 소설의 단초나 예고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초기작을 지금 봐도 대화를 정말 못 씁니다. 소설을 계속 쓰다 보니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데,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주변 얘기만 하지만 대화가 끝나고 나면 핵심에 도달하는 대화를 쓰려고 합니다.

카페에 가서 옆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습니다. 대화가 그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언젠가 한의사와 상담하는데 재미있어서 몰래 녹음을 했습니다. 그런 녹음파일들을 여러 개 갖고 있는데 가끔 듣기도 하고 자료로도 남겨둡니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장면을 떠올리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핀트를 빗겨나지만 핵심을 건드리는 대화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젠 대화를 쓰는 게 제일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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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효은 사서(UML디지털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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