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rowing Organism, 언더우드기념도서관

[2013.6.19 연세투데이 제58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8년 5월, 우리는 신촌캠퍼스에 연세•삼성학술정보관을 개관하면서 ‘도서관은 책과 공부할 수 있는 칸막이 책상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야?’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멋지게 바꿔놓았다. 사서들이 도서관 건축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도서관은 학생들이 만나고, 공부하고, 자료를 찾고, 커피를 마시고, 조모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휴식을 취하고, 강연회를 듣고,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학 생활의 거점이 되었다. (이후 ‘복합문화공간’은 신축하는 대학도서관의 트렌드가 되었다.)

“집보다 도서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도서관이 집 같습니다. 아니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학과 4학년)
“졸업하면 이 도서관을 이용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식품영양학과 3학년)
                                                                                       (2012.3 학술정보원 발전계획수립을 위한 FGI 중에서)

그 후 5년이 지나 언더우드기념도서관 건축을 준비하는 사서들은 그동안 연세•삼성학술정보관을 운영했던 노하우와 연세 구성원들의 애정 어린 의견들을 바탕으로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다각도의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우리는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을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연세대학교 도서관만의 콘텐츠가 시대를 거쳐 축적·공유되는, 연세인만이 경험할 수 있는 전통 있는 브랜드”로 만들자고 결론을 내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콘텐츠와 전통을 미래 도서관의 키워드로 상정하고, 둘째, 양질의 장서 구축 및 편리한 열람 환경을 조성하며, 셋째,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 IT 서비스와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학술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여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도서관이 될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제부터 이러한 결과로 탄생한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의 새롭고 개성적인 면모를 하나 둘씩 살펴보기로 하자.

언더우드기념도서관에서는 공부만 한다?
과거의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모습 중의 하나가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 줄맞추어 배치된 열람실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앉아서 더운 숨을 내쉬며 시험 공부, 취업 준비,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이런 도서관을 꿈꾸지 않았다. 언더우드기념도서관에는 물론 공부를 할 수 있는 열람석도 많이 있지만, 각종 형태의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 사색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 친구들과 만나 토론하면서 정보를 나누고 지식을 숙성시킬 수 있는 공간들에 더 중점을 두어 구성하였다.

대학도서관의 기본 기능은 정보를 수집, 조직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가 도서관이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가 오가면서 지식으로 축적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열람 공간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에 가 보면 카펫 바닥에 앉아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좋은 뷰를 가진 여행지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조명, 개방 정도, 주위 환경, 동반자의 수 등 사람마다 선호하는 독서 환경이 사뭇 다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언더우드기념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열람 환경을 디자인함으로써, 학생들이 각자 선호하는 공간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면서 보다 집중하고, 깊이 사색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서관의 전형적인 열람 테이블 뿐만 아니라 온 몸을 감싸는 반구형 공간에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보거나 사색할 수 있는 소파인 ‘팡세(Pensees)’,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자료를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된 소파, 조망형 열람 테이블, 개인 연구실과 같은 느낌의 캐럴, 이동형 테이블, 조합형 소파 등을 배치하였고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층 창의 열람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소파에 누워 책도 보고 음악도 듣는데 여느 학교 도서관 같지 않아서 정말 좋아요.” (UIC 1학년)
“근사해요. 저는 이 ‘팡세’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저녁에 바다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 여행 온 것 같아요.” (UIC 1학년)

aGrowingOrganism1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클러스터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특정 장소에서 특정인에게 교육을 받아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이젠 엄청나게 많은 정보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타인과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더 풍성하게 확장시킬 수 있는 네트워킹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조모임과 토론을 할 수 있는 그룹 스터디 공간을 3층 전체에 모으고, 층 명칭 또한 ‘Collaboration Park’이라고 지었다. 6인-16인실까지 다양한 규모로 설치하여 여러 형태의 조모임을 수용할 수 있게 하였고, 각 실마다 46” LED 디스플레이와 노트북을 빌트인 하였으며, 벽면 전체를 백 페인트 글라스로 마감하여 칠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지하 1층 또한 ‘Community Lounge’라고 명명하였는데, 이곳에서는 다소의 소음이 허용되며 커뮤니티 테이블, 이동형 테이블, 조합형 소파 등이 제공되어 여러 규모의 학생들이 모여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하였다. ‘Creative Talks’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에서는 평상시에는 ‘TED’,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의 영상이 늘 제공되며 필요시 소규모 오픈 강연회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aGrowingOrganism2조모임이 끝난 후의 그룹스터디룸 (3층)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IT서비스
신촌캠퍼스 연세·삼성 학술정보관의 U라운지가 2008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서비스 아이템들로 꾸며져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라는 트렌드를 만드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으나 지식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센터로서의 도서관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다소 미흡하였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의 곳곳에 설치한 M서비스 아이템들은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내 손 안에 도서관을 넣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도서관계에서 최초로 개발된 BookSNS 서비스인 ‘Yonbook’을 이용하면 자신의 도서/멀티미디어 대출 히스토리를 자동으로 축적, 관리하면서 다른 유저들과 네트워크를 맺어 읽고 본 책과 멀티미디어 자료들에 의견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다.

학술정보원 뉴스레터 2013년 5월호에 게재된 ‘30년 전 편지 – 1984년이 2013년에게’라는 기사에 1984년의 한 이용자가 어느 책의 속지에 자필로 후배들에게 남긴 글이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Yonbook으로 권하고 싶은 책과 영화에 ‘I think’를 눌러 간단한 리뷰나 코멘트를 하나 둘씩 남겨준다면 세월이 이 글들을 우리 연세인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소중한 지적 자산으로 만들어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Yonbook은 현재 신촌/국제캠퍼스 이용자라면 누구나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aGrowingOrganism3Yonbook : 졸업한 지 십 년이 흐른 뒤 열어봐도 십 년 전 내가 읽고 보았던 책과 영화들,
그리고  
거기 남긴 내 생각들을 보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층의 멀티미디어 센터와 4,5,6층의 자료열람실 입구에는 ‘Books for You’라는 아이템이 46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용자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는 자료열람실에 와서 대출하려고 메모해 놓았던 책만 후다닥 빌려갈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서가 사이를 배회하며 책 냄새도 맡으며 시간을 보낼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사서들이 엄선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인 다양한 주제의 컬렉션들과 추천 신착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어 사서와의 부담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학술정보 제공을 본연의 업무로 삼고 있는 사서들을 위한 Tool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서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보고 싶은 자료들이 있으면 자신의 Yonbook 계정으로 원터치로 저장해 둘 수 있으니, Yonbook과 Books for You는 도서관-사서와 이용자 간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aGrowingOrganism4Books for You : 사서와의 부담없는 커뮤니케이션. 서가에서 노닐기.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4층의 창의열람실과 지하 1층 로비에는 Art Gallery가 있다. 총 11개의 다양한 크기의 멀티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이 서비스는 스쳐 지나가면 그저 인테리어일 뿐인 것으로 보이지만, 잠시 멈춰 서서 비디오 아트와 사진작품들을 보다보면 꽤 흥미롭다. 외관상으로는 디스플레이들만 배치되어 있는, 단순하게 보이는 아이템이지만 기실 이 시스템의 내부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데, Vimeo에서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Facebook과 Flickr에서 사진 작품들을 Open API를 통해서 가져와 디스플레이하고 있으며 이 모든 소스들의 선정과 스케줄 설정은 멀티미디어 전문 사서가 하고 있다. (현재 4층에서 나오고 있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들은 Vimeo에 공개되어 있는 Earth Design Works 김영준 감독의 작품들이다.)

aGrowingOrganism5Still from “Cherry Blossom Elephant in Forest” (Kim, Young-jun, http://vimeo.com/42480177)

물론 서비스명 그대로 ‘갤러리’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으며, 누구든지 원하면 (스케줄만 비어있다면) 자신의 작품 또는 그룹의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다. 현재 지하 1층에서는 이문호 교수의 Creative Art 강의에서 수강생들이 그린 드로잉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전시 문의는 멀티미디어센터, 032-749-3322)

aGrowingOrganism6Art Gallery : 잠깐 멈춰서서 보자. 나의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지하 1층의 ‘Creative Talks’도 독특한 공간이다. 정숙성에 대한 요구가 그다지 크지 않은 로비 공간에 13,000 ANSI의 고해상도 프로젝터와 특수 광학 페인트 스크린을 통해 TED의 주요 강연들, 클래식 콘서트 실황, 비디오 아트들이 안락한 소파와 함께 제공되고 있다. 지나가면서 잠깐 시간을 내어 볼 수도 있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강연 내용에 대해 얘기하며 볼 수도 있다. 이 코너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는 예쁜 커뮤니티 테이블에서 약간의 사운드가 있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평상시에 이렇게 소통과 만남의 장소가 되어 있는 Creative Talks에서는 저자와의 대화, 테마 영화 상영, 학생 주체의 주제 토론회 등 다양한 이벤트들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설비가 마련되어 있는데 학술정보원에서는 다음 학기부터 RC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본격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 개최할 예정이다. (좋은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있는 분들은 UML 디지털미디어팀(032-749-3322)으로 문의하면 참여할 수 있다.)

aGrowingOrganism7Creative Talks : 보기. 듣기. 함께 나누기.

4층 서비스데스크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식인의 창’이라는 42인치 디스플레이를 품고 있는 높은 서가가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인물이나 대학생이라면 알아둬야 할 동서고금의 지식인들을 사서가 직접 선정한 후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저작물 및 관련 자료를 멀티미디어 자료와 함께 전시하여 재조명하는 코너이다. 현재 첫 지식인으로 故 박병선 박사를 선정하였다. 그녀의 삶을 통해 문화재를 둘러싸고 발가벗겨진 국가의 이기심과 수준 그리고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자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 지식인의 창에 전시되는 자료 역시 Books for You를 통해 내 Yonbook으로 저장할 수 있다.

 aGrowingOrganism8지식인의 창: 소장자료를 활용하여 사서가 던지는 돌멩이

공지사항, 홍보영상들만 있는 재미없는 콘텐츠들이 아니라 오며가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곳곳에서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주제전문사서들의 세심한 노력이 배어 있는 컬렉션들을 이론이나 체험관이 아닌 실제로 구현된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곳,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무대에서 자신의 creativity를 맘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참여형 도서관’이라는 것이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의 중요한 특징이다.

나는 도서관이다
건축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계단실의 벽면이 생각보다 크고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건물들의 큰 로비처럼 그림을 걸고 시각적인 허전함만을 메운 채 마무리하기보다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의미 있는 콘텐츠를 넣고 싶었다. 그리고 이 콘텐츠만은 이용자를 위한 것이 아닌 도서관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늘 이용자만을 생각해왔는데 이번에는 도서관 자체를 위해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었다. 도서관과 독서는 동서고금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소중한 공간이고 행위라는 것을, 도서관과 독서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분들의 말씀을 빌려 도서관에 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약 300여개의 도서관과 독서에 관한 명언들 중에서 12개를 최종 선정해 계단실 벽면에 조심스럽게 페인팅하였다.

aGrowingOrganism9신영복 교수의 書三讀 (지하 1층-1층 계단실)

aGrowingOrganism10Jorge Luis Borges와 Jane Austen의 글 (2층-3층 계단실)

위에 기술한 내용 외에도 wordpress를 기반으로 한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사이트, UML 전용 모바일 앱, 도서 자동분류기, 무인 대출반납기, e-Newspaper, Library Information, Notice Board, 미디어감상실과 시네마 룸, 미디어제작실/편집실, 출입 게이트, 그리고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도서관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준 다수의 제작가구 등 유형무형의 시설과 시스템들이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 최선을 다해 연세대학교 사서로서 연세와 연세 구성원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고자 했다. 지면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으로 이 도서관 건축을 위해 헌신해 주셨고, 이 자리를 빌어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올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8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의미가 살아있기에 사서들의 마음속에 늘 간직하고 있는 S.R. Ranganathan의 ‘도서관학 5법칙’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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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우드기념도서관 건립TF 권봉근, 조철민 사서

One comment on “A Growing Organism, 언더우드기념도서관

  1. on said:

    계단 벽면에 새겨진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는 볼때마다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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