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속 미술관 기행(2) – 입이 튀어나온 책

입이 튀어나온 책
이영순
173 * 210 cm
2002年作

중앙도서관에는 입이 튀어나온 책이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입니다. 앞만 보고 다니면 절대 볼 수 없는 곳, 중앙도서관 로비 24시간 열람실 입구 벽면에 ‘입이 튀어나온 책’ 종이공예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A12011년 리모델링 후 새롭게 개관한 중앙도서관 로비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 이영순 님의 종이 공예 작품 4점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3점은 한지펄프로 만든 empty container 시리즈이고 나머지 1점이 책을 접고 오리고 붙여서 만든 ‘입이 튀어나온 책’ 입니다. 제목을 알고 보면 정말 책에 입이 있어서 말을 하는 듯 혹은 노래를 부르는 듯 한데요,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장인의 솜씨로 한 장 한 장 정성껏 책장을 접은 작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작가가 사용한 책은 세계문학전집 영문본인데요, 모두 336권의 책을 오브제로 사용해서 일상 너머의 더 깊은 세계를 구현했다고 합니다. 책이 가진 이미지, 즉 지의 축적의 기호로서 재료 스스로가 그 자체만으로 이미 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하니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난 2005년 방학 기간 동안에는 19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중앙도서관의 부분적인 개선 공사를 진행했었는데요, 그때 작품을 기증해 주신 이영순 작가님과 부군이신 이화여대 미대 장화진 교수님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두 분은 당시 우리 학교 경제학과 01학번 장이영 학우의 부모님이셨는데 로비 벽면과 천정 텍스, 조명과 계단 공사, 도색 공사 진행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고 벽면에 설치할 미술품까지 기증해 주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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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은 당시 기증받은 ‘입이 튀어나온 책’은 2005년 벽면 색상을 고려해서 기증 설치한 작품이었고, 리모델링 이후 현재는 벽면과 천정 도색 등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그 작품은 그 자리에서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시험기간 동안 긴장한 연세인들에게는 힘내라고, 축제를 맞아 한껏 들뜬 연세인들에게는 아카라카를 외쳐대는 듯 입을 쭉 내민 책들의 합창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은 읽고 공부하기, 낮잠용 베개, 인테리어 장식용 소품, 라면 받침 그리고 접거나 오리고 붙여서 미술공예작품을 만들기도 있었네요. 단 도서관 책을 대출해서 접고 오리고 붙여서 모더니즘 공예 작품이라고 아무리 우기셔도 책값은 반드시 변상하셔야 합니다.

*  다음 작품은 박현수 화가의 유화 ‘Rhyth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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