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연세 : 신록과 함께 하는 길

담장과 곧은 나무 사이로 오솔길 하나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블로크 담장이 높아 답답한 느낌도 들지만 나무 사이 하나 하나 지나쳐 가다 보면 그 마음도 곧 사라져 버립니다. 나무 뿌리를 뛰어넘기도 하고 비껴가기도 하며 자연스레 만들어진 이 길은 활주로처럼 곧게 뻗은 백양로와는 퍽이나 대조적입니다. 흙이 다져져 뿌리가 드러나기도 하고 나무가 성장하면서 밑둥이 솟은 곳도 있습니다. 그 길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발길따라 난 길을 조심스레 살피며 걸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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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드문드문 라일락 향기가 피어나고 나무 속 새싹이 움트는 초록의 내음이 코 끝에 닿기도 합니다.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땅 먼지와 빗물이 방울을 이루며 땅 위에 미세한 분화구처럼 솟아나기도 합니다. 태어나며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자연이 보여주는 미세한 광경은 새로운 발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라일락 향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흙먼지 흙내음도 때로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또한 기쁨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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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말씀드린 이 길은 과학관 뒷편이나 생활과학대학 옆 언더우드기념관에서 시작하여 상대 뒷길을 지나쳐 관상대에서 끝이 납니다. 반대로는 무악학사에서 내려와 대우관 뒷편 관목숲을 지나 종합관과 문과대를 왼편으로 내려다 보며 끝으로 산정 수조를 발견한 뒤 과학관 뒤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 폭이 좁아 매력이기도 한 이 길은 산악 자전거를 타고도 지날 수 있습니다.  나무와 담벼락 사이를 누비며 쉼 없이 핸들을 움직여야 무사통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고 집중력을 잃게 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순국학도 묘소를 지나서는 두세 줄기 큰 땀(?) 정도는 흘려야 오를 수 있는 가파른 산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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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사색을 하고 싶거나 가벼운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가까운 곳에서 힘들이지 않고 오솔길을 거닐 수 있는 독서와 사색의 길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우관, 빌링슬리관, 위당관, 외솔관, 과학관, 언더우드기념관 등은 우리 대학의 중심이 되는 학문의 터전입니다. 감히 타 대학에서 흉내낼 수 없는 보물과도 같은 연세의 기념물들을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연세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혜택입니다. 5월의 신록뿐 아니라 화창한 가을날이나 만추에 얇은 담요 한장과 책 한 권이면 연세동산 전체를 가슴에 품은 듯이 나만의 사색에 빠지게 될 것 입니다. 공강시간에 백양로를 지나다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분이라면 반드시 찾아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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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인 여러분!! 계절의 여왕 5월을 보내면 곧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양하(1904-1963) 선생께서 솔밭 사이 겨우 걸터앉을 만한 조그마한 소나무 그루터기에서 하루 동안에 가장 기쁜 시간을 가지셨듯이, 젊은이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지 마시고 나만의 그루터기를 찾아 春연세의 길을 다같이 걸어 보고 댓글 한 줄 남기는 여유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이양하수필집 (서울: 을유문화사,  1947)
- 김인섭 (멀티미디어센터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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