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편지 – 1984년이 2013년에게

도서관 에티켓 중에 실내 정숙, 음식물 먹지 않기, 노트북 지정 좌석 이용, 시설과 책을 소중히 다루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우리 학교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책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아래 인용 글(사진)은 실제로 우리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책에 적혀있는 글입니다. 책을 찾던 중 우연히 겉표지를 넘기다가 발견하게 되어 사진으로 찍어 놓았습니다.

1984년에 어느 분이 적으신 글인지는 모르지만 30년 전의 글이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자연유산은 미래의 후손에게 빌려 쓰는 것이라는 캠페인과 같이 도서관에 있는 책도 미래의 이용자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도서관에 있는 책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며 도서관을 쓰게 될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지식의 보고입니다.

지금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책에는 연필, 볼펜, 심지어 형광펜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책에 공부한 흔적이 남아서 뒤에 빌리는 사람에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책이 있고, 그 책을 빌려서 공부하고 마음의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지식을 쌓으면서 책에 낙서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라 반쪽짜리 지식이 될 것입니다.

올해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한국도서관협회의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어 ‘제 45회 한국도서관상’ 수상에 빛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기쁜 일이며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빛나는 도서관에 어두운 글(낙서)이 있다면 언젠가는 빛이 바래지게 되지 않을까요? 도서관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연유산을 다루듯 책을 아끼면 항상 빛나는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되리라 믿습니다. 나부터의 작은 실천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도서관을 만듭니다!         

이동석 (경영학과 08학번)

 

letterFrom1984(사진속 글 전문)
후배와 후손에게 드리는 자기 모순적인 글

제가 중학교 때였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삼촌이 돌아왔습니다. 거기서의 생활 얘기들 중에 자신이 한 짓 하나를 감격적으로 회상하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중에 너무도 너무도 좋은 구절이 있어서 거기에다 몰래 줄을 치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 표정은 비록 꼬마를 앉혀두고 하는 말이었지만 매우 진지하였고 그의 태도에서 나는 도서관의 책은 넘길 때도 구겨지지 않게 넘기도록 조심스럽고 깨끗하게 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하고도 몇 년, 나는 걸레 같은 책과 교양 없이 줄 그어놓은 책장들을 보면서 내심 꽤 우울해 왔습니다. 차라리 황칠에 가까운 그 낱장들을 보면서 다들 열심히 공부했다는 뿌듯함과 도전을 못 느낀 바 아니지만, 수백 년 이상을 물려주어야 할 책들을 마치 고등학교 때 참고서 다루듯 소모품시한다는 단기적이고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태도에 서글퍼 졌습니다.

외국에 유학 가보지 않아서 그들의 책 읽는 교양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나 (아니 그걸 모른다 해서 기준 삼을 매너가 전혀 없어진다면 이 또한 서글플 일이며), 우리의 교양의 표준은 구체적인 독서 규칙의 나열에 의해 강요되기보다도, 책을 대했을 때, 이 책과 같이 새 책이건 아니면 오래된 책이건, 앞사람들이 책을 깨끗이 보려고 노력한 정성이 보이는 것이면 족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감동으로 전수되는 교양이자 곧 문화이며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밑줄이나 약간의 낙서는 우리에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격려가 될 것입니다.

「낙서금지」라는 낙서를 한 Paradox 의 죄를 어찌 할까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한 페이지의 낙서로 인하여 이제 나는 여인에게 섣불리 돌을 던질 수 없는, 내 눈의 들보부터 보아야 할 사람이 되어서 고개 수그리고 다닐 것입니다.                             

1984.
(끝)

 

One comment on “30년 전 편지 – 1984년이 2013년에게

  1. ^^ on said: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최근에 과제때문에 어떤 책을 빌렸는데, 중요부분에 형광펜으로 쫙쫙 밑줄을 쳐져있더라고요.. 우습게도 덕분에 과제(내용 요약)에는 꽤 도움이 되었지만, 읽으면서 화도 나고 씁쓸하더군요. 본인 손으로 빌리고 반납했을 ‘도서관’ 책에 그렇게 밑줄 치던 사람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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